2025.2.7(금) - 2025.2.27(목)
스페이스 카다로그 (서울 중구 수표로 58-1 3층)

참여작가 : 기보경, 이연정
전시기획 및 글 : 이윤서
디자이너 : 김수빈 (EELKi)
포토그래퍼 : 최철림
테크니션 : 이혁인
온라인 전시협력 : BGA
   셸터Shelter는 신체를 유기체의 구성요소로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공간으로 신체화되어 확장된 관계를 탐구하는데 중점을 둔다. 전시 공간 자체는 작가의 몸으로 치환되는 또 다른 몸의 연장선으로써, 작품을 통해 공간을 일시적으로 점유하고 그 안에서 관객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모색한다. 전시라는 것은 결국 언젠가는 와해되고야 마는 일시적인 행위이지만 작품이 설치되고 철수되는 일련의 과정에서 공간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하나의 몸체로 기능한다. 그 몸체는 작가의 세계를 표현하는 유기적인 구조체로 확장하게 된다. 작가는 이 확장된 몸을 통해 예술가로서 존재를 증명하고 자신의 작업 세계를 대중에게 드러내는 결정적인 순간을 맞이한다. 
   이는 공간이 단순히 작품이 설치되는 장소로만 여겨지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신체가 확장되고 감각이 녹아들어 그 자체로 살아있는 유기체가 되어 기능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전시는 쉴 새 없이 생기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전시를 통해 존재를 알리는 우리에게, 공간은 하나의 셸터이다. 잠시나마 몸을 부풀려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 보인다. 하지만 한 달 남짓한 짧은 순간을 뒤로하고, 전시가 끝나고 나면 셸터를 잃은 그림들은 다시금 치열하게 몸이 되어 줄 공간을 찾아 나선다. 전시 공간은 작가의 세계관을 펼쳐 보이는 도구이지만, 결국은 전시가 끝남에 따라 작품들은 뿔뿔이 흩어지기에, 작품들 또한 빠른 속도로 탈신체화를 반복한다. 
   이와 더불어 이번 전시에서 주목하는 것은 신체의 본질적인 구조를 뒤집어 보는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감각하는 범위에서의 물리적인 몸을 인지하고 살아가지만, 그 이면에 존재하는 신체의 심층적 구조, 즉 살과 근육, 뼈와 같이 드러나 있지 않은 여러 층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작가는 신체에 존재하는 여러 층위 간의 근본적인 위계와 그 위에 덧씌워진 피부라는 이중적 구조를 연구하며 시각적, 조형적으로 표현한다. 
   본 전시의 궁극적인 목표는 작품을 통해 신체화된 공간, 비물질화 되고 탈신체화가 반복되는 구간을 탐구하고, 이를 통해 예술가로서 존재하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질문은 던지는 데 있다. 작가는 전시 공간을 점유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신체와 감각을 작품 속에 녹여내며, 관객은 이 과정에서 자신 역시 작가의 몸(전시 공간) 안으로 들어온 존재임을 감각하게 된다. 전시가 진행되는 동안, 전시 공간은 살아 숨 쉬는 작가의 몸 그 자체이자 예술적 실체가 구현되는 구조체가 될 것이다.
   기보경 작가의 작업에서 살과 뼈의 구조를 이해하는 것은 그 상징성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살은 유연하면서도 몸을 보호하는 기능을 가지지만, 동시에 매우 연약한 요소이며, 뼈는 단단한 구조를 형성해 신체의 토대를 이루지만 의외로 쉽게 부서질 수도 있는 역설적인 속성을 지닌다. 이러한 살과 뼈의 이중적 관계는 인간 신체의 복합적인 본질을 드러내며, 작가는 이를 통해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의미를 탐구한다. 우리는 낯선 형태의 뼈를 마주하면 자연스럽게 그 생명체의 외형을 상상하게 된다.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뼈를 직접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생겨나는 호기심과도 연결된다. 작가는 실재하는 뼈나 골격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가상의 구조를 창조하고 유사한 대상을 찾아 이름을 붙이는 과정에서 전혀 새로운 의미가 발생할 수 있다는 궁금증에서 작업을 시작한다. 이번 전시에서의 작품은 물리적 해부학적 지식과 무관하게 상상 속의 뼈를 바탕으로 창조되며, 살이 부재한 상태에서 뼈의 구조적 본질을 드러낸다. 이를 통해 관객은 자신의 신체를 둘러싼 익숙한 개념에서 벗어나, 미지의 존재를 다시금 상상하게 된다. 뼈는 살이 없음으로써 오히려 살의 존재를 환기시키고, 이러한 부재를 통해 존재를 상상하게 만드는 강력한 상징성을 갖는다. 또한, 작가는 회화 작업에서 뼈의 도상을 표현할 때, 물질이 가진 고유한 표면 질감이 사실성을 부여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작품에서 의도적으로 3D 렌더링 이미지처럼 매끈한 표면을 구현한다. 작품에서 주로 사용되는 검정색은 (Bone Black) 상아 뼈를 태워 만든 안료에서 유래한 색상으로, 이는 작가의 개념적 탐구와도 맞닿아 있다. 그는 뼛가루를 태워 만든 안료로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가상의 뼈를 표현하면서도 실제 뼈를 작품의 물질적 요소로 포함시키는 역설을 반영한다.
   이연정 작가는 단순히 신체나 물질의 외형을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몸을 통해 전달되는 감각적 자극을 중요한 요소로 다룬다. 그는 시간성이 드러나는 물질의 피복을 통해 신체가 가진 이중적 특성을 표현한다. 작업 안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온도나 촉각적 자극을 통해 신체와 표면의 관계를 다시금 설정한다. 작가는 초기 작업부터 인체의 형상과 피부 표면에 대한 관심을 지속해왔다. 그렇다면 작가가 ‘껍데기’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어쩌면 매끈한 표면, 즉 완벽성에 대한 동경과 동시에 결핍의 감각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는 사실 완벽한 표면을 원하지만, 역설적으로 거칠게 헤집어진 표면을 찾아나간다. 캔버스 역시 새것이 아닌, 일부러 숙성시켜 낡은 상태로 만든 후 작업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완벽한 것에 대한 강한 동경이 오히려 자신을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이어지고, 이러한 감각이 작업으로 나타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문 시리즈는 작가가 거주하는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면에서 출발한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남겨진 자국들, 누군가의 흔적, 그리고 이미 지나간 사건들은 작가에게 일종의 단서처럼 다가온다. 비록 직접 경험하지 않은 일이지만, 표면을 통해 상상하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그것들은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낡고 헤진 이미지들은 마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이정표처럼 작용하며, 작가는 이러한 연결 지점에 관심을 두고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결국, 세상에 완벽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회화가 탄생한다. 작가는 특정 대상을 재현하기보다는 촉각적인 느낌을 강조하며, 물질의 표면을 통해 신체성을 은유한다. 직접적으로 신체를 드러내지 않아도, 물건의 표면을 통해 피부와 같은 감각을 전달할 수 있음을 탐구하는 것이다. _이윤서(독립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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